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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4 / '입추와 시간차'
래피의 사색 # 314 / '입추와 시간차'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입추(立秋)의 한자를 잘 보자. 入秋가 아닌 立秋다. 가을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사람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가을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입추라고 하여 곧바로 날씨가 추워질 것을 기대했다면 그건 자연의 원리를 간과한 것이다. 입추에 왜 이리 덥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천지자연 시간차의 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뭔가를 데울 때와 식힐 때도 시간차가 필요하다. 가스불을 지금 막 끄더라고 해도 그 열기는 제법 오래 남는다. 이게 바로 절기의 원리이며, 주역 12소식괘의 원리다. 천간과 지지 사이에도 시간차가 존재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의 천간과 인묘진(봄)-사오미(여름)-신유술(가을)-해자축(겨울), 12개의 지지 사이의 엇갈림도 역시 시간차이며, 이는 인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 즉 욕망과 정신세계를, 지지는 땅의 기운 즉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데, 천간이 무형의 세계 라면 지지는 유형의 세계다. 이 무형과 유형의 세계 사이에는 늘 시간차가 존재한다. 우리가 마음먹은 일이 곧장 현실이 되지 못하는 이치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여 "입추인데 왜 당장 시원해지니 않냐?"라는 질문은 "세상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당장 왜 안 되냐?"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 된다. Input의 과정과 Output의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이 간단한 원리만 기억해도 삶을 사는 데 많은 너그러움이 생긴다. 오늘, 8월 8일 입추부터 신미(辛未) 월에서 임신(壬申) 월로 바뀐다. 시절 운과 시절 인연이 바뀌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천지자연에 시간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오늘을 기점으로 고속도로를 만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라도 운전하는 사람이 교만에 빠져있으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요, 자갈밭을 만나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운전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언젠가는 안전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입추인 오늘을 기점으로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무더위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다가 처서(處暑)가 되면 말 그대로 더위가 멈출 것이다. 입추라고 하여 당장 가을이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계절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우리의 인생사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새 "바람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나?"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 그러니 몸을 일으키는 중인 가을을 기다리며 마지막 남은 여름날을 사랑하자.
래피의 사색 # 313 / '성게의 역습'
래피의 사색 # 313 / '성게의 역습'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들 한다. 며칠 전 강원도 고성 아야진 해변에서 성게를 잡았는데, 내게는 성게가 한 권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 속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진정한 앎은 무지를 아는 데 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던가? 우선 성게의 영어식 표현은 Sea Urchin, 즉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부랑아' 되겠다. 부랑아라는 단어에서부터 뭔가 느낌이 싸했다. 암튼 성게는 가시를 이용해 이동을 하는데, 내가 직접 본 바로는 가시를 발처럼 이용해서 걷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성게는 석회질의 이빨이 있어 주로 해조류나 심지어는 바위에 붙어 사는 수생동물도 잡아먹으며, 해저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 왜 부랑아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부터다. 마치 밤처럼 생긴 성게의 껍질을 까면 알처럼 생긴 게 나온다. 하지만 그건 성게의 알이 아니었다. 그건 알이 아니라 성게의 생식소였다. 성게는 암수딴몸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암컷 성게의 난소에서 배출된 난자와 수컷 성게의 정소에서 배출된 정자가 바닷물 속에서 체외수정을 해서 번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성게알이라 부르는 것은 모든 성게, 그러니까 암컷과 수컷 모두에서 나온다. 이는 결국 수컷도 알을 품고 있다는 셈이니 말이 안 된다. 충격적이게도, 성게알은 성게알이 아니었다. 성게의 암컷 몸에 있는 건 난소, 수컷 몸에 있는 건 정소다. 그러니 ‘성게알’은 ‘성게 생식소’라야 정확한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이 가장 충격이었는데, 성게는 현재 지구온난화와 함께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백화현상의 주범인 골칫거리로 부상 중이라고 한다. 해조류를 무지막지하게 뜯어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과한 것은 누르고, 부족한 것은 장려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함 아닐까? 암튼 성게의 생식소는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우리가 많이 먹어서 없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 그리고 성게의 천적이 되는 건 돌돔이라고 하더라. 돌돔이 성게 껍질을 파먹기 때문에 그렇단다. 병법과 여러 고전들이 틀린 게 아니었다. 역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성게는 돌돔에게 먹히고, 돌돔은 사람에게... 읭?
래피의 사색 # 312 / '위험한 담장'
래피의 사색 # 312 / '위험한 담장'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요즘 무슨 일만 생기면 ‘누구누구 사주풀이’ 같은 게 판을 칩니다. 마치 "그런 사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하는 듯하죠. 그런데, 그 사람과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은 없을까요? 과연 그들이 매번 같은 사건에 휘말리고 같은 길흉화복을 겪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느냐, 무슨 책을 읽느냐, 어떤 말을 하며 사느냐 등의 변수에 따라 각각 삶의 무늬는 달라집니다. 삶의 무늬(무늬 文), 그게 바로 인문(人文)입니다. 마중지봉(麻中之蓬), 구부러지게 자라는 쑥도 삼밭에서 나면 저절로 꼿꼿하게 자라듯이, 좋은 환경에 있거나 좋은 벗, 좋은 책, 좋은 말과 함께하면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사는 곳, 가는 곳, 쓰는 말, 먹는 음식, 만나는 사람 등이 바로 내 운명의 갈림길입니다. 명(목숨, 命)은 '입(口)으로 하여금(令)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이 무의식을 지배합니다. 습관처럼 달고 사는 욕설, 비난하는 말, 차가운 말, 험한 말, 공격하는 말, 불평하는 말, 음란한 말.. 이 모든 말들이 그대로 무의식에 똬리를 틉니다. 그러다가 꽉 밟혀 있던 무의식의 용수철이 느슨하게 풀리는 순간, 뜻밖의 참사로 나타나죠. 이 모든 게 늘 우리가 목격하는 인간의 동일 패턴입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반드시 조짐이 보이고 패턴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Pendulum 진자 운동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늧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늧이란 ‘조짐, 징조’ 등을 뜻하는 우리말인데요, 흉과 화를 피해가려면 점집을 갈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늧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수많은 경미한 사고(29번)와 징조(300번)가 있다는 법칙입니다. 주역의 중지곤 괘에 나오는 ‘리상견빙지’도 같은 맥락이며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결국 얼음이 어는 겨울이 오게 됨을 눈치채야 한다.’는 뜻입니다. 순자는 "역에 통달한 사람은 오히려 점을 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왜일까요? 역이 이미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늧이, 변화의 흐름이 이미 마음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굳이 점을 쳐보지도 않아도 사태를 꿰뚫어보고 처신해야 할 바를 알 것입니다. 주역과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점을 쳐보지 않아도 나를 제어하는 통찰력과 건강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2019년입니다. 아직도 점에 의지해서야 되겠습니까? 중요한 건 늧을 파악하는 능력과 나를 돌아보는 통찰력, 시야입니다. 2019년의 주역은 미래를 예언하는 참언이 아니라 경계하는 말인 잠언으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예언할 수 없고 예언해서도 안 됩니다. 미래는 다름 아닌 입(口)에서 출발합니다. 아울러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역시 내 명을 좌우합니다. 여일리불약제일해, 몸에 좋은 음식을 하나 더 찾아 먹는 거보다는 내 몸에 안 좋은 음식을 하나라도 덜먹는 게 중요합니다. 맹자는 말했지요. "명을 아는 사람은 위험한 담장 밑에 가지 않는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절대 위험한 담장 밑에 가지 않습니다.
래피의 사색 # 311 / '겸손과 유머'
래피의 사색 # 311 / '겸손과 유머'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겸손은 Humility, 유머는 Humor. 이 둘은 같은 어원에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삶이 얼마나 웃기고 의외의 것인지, '뜻밖에'의 연속인지를 알아야만 우리는 겸손해질 수 있다. 겸손은 결국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다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며, 그럴 때에만 우리는 웃음을 보일 수 있다. 주역의 15번째 괘인 지산겸은 곤상간하, 즉 위에는 곤괘 ☷, 아래에는 간괘 ☶인 대성괘로, 산이 땅속에 들어앉아 있는 형상이다. 산이 땅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그 자체로 얼마나 겸손한 모습인가? 누구도,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할 수 없다. 불편함이나 좌절, 결핍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컨트롤하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며, 거기서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나는 사투리를 쓰면서 편하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지만, 뜬금없는 편견과 무시를 당할 때도 많다. 나는 경차를 타면서 반값 할인 등의 혜택과 편리함도 있지만 때론 어이없는 편견과 무시를 당할 때도 많다. 내가 사는 곳은 수서 SRT 역 바로 건너편 마을인데, 고속 열차인 SRT를 타려면 도보로 5분만 걸으면 된다. 부산, 광주 등 장거리 이동 시에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 살기 위해서는 SRT 역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늘어난 차량으로 인한 교통정체를 견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막힌 인생의 법칙 아니겠는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공존 및 공평한 등가의 교환. 삶의 이러한 등가성을 애써 부정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신 승리를 위해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수용하면서도 긍정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 낫다. 차량 정체가 심하다면 출퇴근 시간에는 책을 읽으면서 가급적 전철을 이용하고, 한산한 시간에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겸손이라는 방법론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에 그걸 바꿀 수 없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우리는 편한 입지적 조건과 교통정체 가운데 하나를 가지는 게 아니라, 대개의 경우 둘 다를 동시에 갖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어느 것에다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것이다. 추한 것만 바라보고 살 것이냐,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며 살 것이냐, 우리가 택하기 나름이다.
래피의 사색 # 309 / '나쁜 패는 없다'
래피의 사색 # 309 / '나쁜 패는 없다'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_ 사주 명리 책 출간을 앞두고 가끔 지인들의 부탁으로 사주를 봐줍니다. 그럴 때 항상 보내주는 예시와 글귀가 바로 백범 김구 선생님의 운명 극복 사례입니다. 백범 일지를 읽다 보면 본인의 사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사주를 분석해보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팔자를 고친... 즉 운명의 운(運, 운전하다)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직접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타고난 팔자가 안 좋아도 결국 내게 주어진 카드 8장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_ 나쁜 패는 없습니다. 다만 나쁜 플레이어만 있을 뿐입니다. 카드 게임의 고수들은 자신의 전략을 탓할 뿐, 자기에게 들어온 패를 탓하지는 않습니다. 고스톱을 칠 때도 때로는 껍데기만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피로 가득한 패도 잘 치기만 하면 쌍피를 긁어모으거나 바닥에 깔린 광, 청단, 초단 등을 붙여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먼저 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뜻밖에'의 연속이니까요. _ 어떤 패를 가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칠 것인가가 핵심인 것처럼 인생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가졌느냐는 사실 별 의미 없습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모든 걸 골고루 다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카드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나쁜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카드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떤 카드를 갖고 태어났느냐를 보여주는 것, 그게 바로 사주팔자 8장의 카드입니다. _ 삶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라고 판단해버리면, ''내가 뭘 해도 소용없다''라고 생각하게 되어 아무 노력을 하지 않게 됩니다. 사주는 부적을 쓰고 굿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그 틀안에서 습관, 패턴을 바꿔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팔자를 참고하여 '아하, 내 기질이 이렇구나'를 인지한 채 노력을 부단히 하는 게 현명합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면서 주저앉아 있으면 성공은 없고 실패만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좋은 카드를 갖고 태어났다고 들뜬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겠지만 성공도 없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좋은 카드만, 나쁜 카드만 갖고 태어나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모두가 길흉화복이 섞인 카드들이죠. _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인생은 반드시 바뀝니다. 사주팔자가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언을 해 줄 뿐이며 본인의 노력이 없이는 들어올 복도 안 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선택만 있지요.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는 것, 그게 인생입니다. 뭘 하든 저 혼자 잘나서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복을 받으려면 남에게 상처 주지 말고 좋은 말, 따뜻한 말로 베푸십시오. 말이 사람을 살립니다. 부디 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명(命, 목숨)은 '입 구(口)'와 '하여금 령(令)'이 합쳐진 말입니다. 명은 결국 입에 달렸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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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4 / '입추와 시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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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입추(立秋)의 한자를 잘 보자. 入秋가 아닌 立秋다. 가을의 기운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사람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가을이 몸을 일으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입추라고 하여 곧바로 날씨가 추워질 것을 기대했다면 그건 자연의 원리를 간과한 것이다. 입추에 왜 이리 덥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천지자연 시간차의 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뭔가를 데울 때와 식힐 때도 시간차가 필요하다. 가스불을 지금 막 끄더라고 해도 그 열기는 제법 오래 남는다. 이게 바로 절기의 원리이며, 주역 12소식괘의 원리다. 천간과 지지 사이에도 시간차가 존재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의 천간과 인묘진(봄)-사오미(여름)-신유술(가을)-해자축(겨울), 12개의 지지 사이의 엇갈림도 역시 시간차이며, 이는 인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 즉 욕망과 정신세계를, 지지는 땅의 기운 즉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데, 천간이 무형의 세계 라면 지지는 유형의 세계다. 이 무형과 유형의 세계 사이에는 늘 시간차가 존재한다. 우리가 마음먹은 일이 곧장 현실이 되지 못하는 이치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여 "입추인데 왜 당장 시원해지니 않냐?"라는 질문은 "세상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당장 왜 안 되냐?"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 된다. Input의 과정과 Output의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이 간단한 원리만 기억해도 삶을 사는 데 많은 너그러움이 생긴다. 오늘, 8월 8일 입추부터 신미(辛未) 월에서 임신(壬申) 월로 바뀐다. 시절 운과 시절 인연이 바뀌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천지자연에 시간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오늘을 기점으로 고속도로를 만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라도 운전하는 사람이 교만에 빠져있으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요, 자갈밭을 만나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운전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언젠가는 안전하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입추인 오늘을 기점으로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무더위는 조금씩 자취를 감추다가 처서(處暑)가 되면 말 그대로 더위가 멈출 것이다. 입추라고 하여 당장 가을이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계절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고, 우리의 인생사에도 시간차의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새 "바람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나?"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 그러니 몸을 일으키는 중인 가을을 기다리며 마지막 남은 여름날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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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3 / '성게의 역습'
래피의 사색 # 313 / '성게의 역습'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들 한다. 며칠 전 강원도 고성 아야진 해변에서 성게를 잡았는데, 내게는 성게가 한 권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 속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진정한 앎은 무지를 아는 데 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던가? 우선 성게의 영어식 표현은 Sea Urchin, 즉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부랑아' 되겠다. 부랑아라는 단어에서부터 뭔가 느낌이 싸했다. 암튼 성게는 가시를 이용해 이동을 하는데, 내가 직접 본 바로는 가시를 발처럼 이용해서 걷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성게는 석회질의 이빨이 있어 주로 해조류나 심지어는 바위에 붙어 사는 수생동물도 잡아먹으며, 해저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 왜 부랑아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부터다. 마치 밤처럼 생긴 성게의 껍질을 까면 알처럼 생긴 게 나온다. 하지만 그건 성게의 알이 아니었다. 그건 알이 아니라 성게의 생식소였다. 성게는 암수딴몸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암컷 성게의 난소에서 배출된 난자와 수컷 성게의 정소에서 배출된 정자가 바닷물 속에서 체외수정을 해서 번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성게알이라 부르는 것은 모든 성게, 그러니까 암컷과 수컷 모두에서 나온다. 이는 결국 수컷도 알을 품고 있다는 셈이니 말이 안 된다. 충격적이게도, 성게알은 성게알이 아니었다. 성게의 암컷 몸에 있는 건 난소, 수컷 몸에 있는 건 정소다. 그러니 ‘성게알’은 ‘성게 생식소’라야 정확한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이 가장 충격이었는데, 성게는 현재 지구온난화와 함께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백화현상의 주범인 골칫거리로 부상 중이라고 한다. 해조류를 무지막지하게 뜯어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과한 것은 누르고, 부족한 것은 장려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함 아닐까? 암튼 성게의 생식소는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우리가 많이 먹어서 없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 그리고 성게의 천적이 되는 건 돌돔이라고 하더라. 돌돔이 성게 껍질을 파먹기 때문에 그렇단다. 병법과 여러 고전들이 틀린 게 아니었다. 역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성게는 돌돔에게 먹히고, 돌돔은 사람에게...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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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2 / '위험한 담장'
래피의 사색 # 312 / '위험한 담장'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요즘 무슨 일만 생기면 ‘누구누구 사주풀이’ 같은 게 판을 칩니다. 마치 "그런 사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하는 듯하죠. 그런데, 그 사람과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은 없을까요? 과연 그들이 매번 같은 사건에 휘말리고 같은 길흉화복을 겪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느냐, 무슨 책을 읽느냐, 어떤 말을 하며 사느냐 등의 변수에 따라 각각 삶의 무늬는 달라집니다. 삶의 무늬(무늬 文), 그게 바로 인문(人文)입니다. 마중지봉(麻中之蓬), 구부러지게 자라는 쑥도 삼밭에서 나면 저절로 꼿꼿하게 자라듯이, 좋은 환경에 있거나 좋은 벗, 좋은 책, 좋은 말과 함께하면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사는 곳, 가는 곳, 쓰는 말, 먹는 음식, 만나는 사람 등이 바로 내 운명의 갈림길입니다. 명(목숨, 命)은 '입(口)으로 하여금(令)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이 무의식을 지배합니다. 습관처럼 달고 사는 욕설, 비난하는 말, 차가운 말, 험한 말, 공격하는 말, 불평하는 말, 음란한 말.. 이 모든 말들이 그대로 무의식에 똬리를 틉니다. 그러다가 꽉 밟혀 있던 무의식의 용수철이 느슨하게 풀리는 순간, 뜻밖의 참사로 나타나죠. 이 모든 게 늘 우리가 목격하는 인간의 동일 패턴입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반드시 조짐이 보이고 패턴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Pendulum 진자 운동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늧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늧이란 ‘조짐, 징조’ 등을 뜻하는 우리말인데요, 흉과 화를 피해가려면 점집을 갈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늧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수많은 경미한 사고(29번)와 징조(300번)가 있다는 법칙입니다. 주역의 중지곤 괘에 나오는 ‘리상견빙지’도 같은 맥락이며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결국 얼음이 어는 겨울이 오게 됨을 눈치채야 한다.’는 뜻입니다. 순자는 "역에 통달한 사람은 오히려 점을 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왜일까요? 역이 이미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늧이, 변화의 흐름이 이미 마음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굳이 점을 쳐보지도 않아도 사태를 꿰뚫어보고 처신해야 할 바를 알 것입니다. 주역과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점을 쳐보지 않아도 나를 제어하는 통찰력과 건강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2019년입니다. 아직도 점에 의지해서야 되겠습니까? 중요한 건 늧을 파악하는 능력과 나를 돌아보는 통찰력, 시야입니다. 2019년의 주역은 미래를 예언하는 참언이 아니라 경계하는 말인 잠언으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예언할 수 없고 예언해서도 안 됩니다. 미래는 다름 아닌 입(口)에서 출발합니다. 아울러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역시 내 명을 좌우합니다. 여일리불약제일해, 몸에 좋은 음식을 하나 더 찾아 먹는 거보다는 내 몸에 안 좋은 음식을 하나라도 덜먹는 게 중요합니다. 맹자는 말했지요. "명을 아는 사람은 위험한 담장 밑에 가지 않는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절대 위험한 담장 밑에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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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1 / '겸손과 유머'
래피의 사색 # 311 / '겸손과 유머'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겸손은 Humility, 유머는 Humor. 이 둘은 같은 어원에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삶이 얼마나 웃기고 의외의 것인지, '뜻밖에'의 연속인지를 알아야만 우리는 겸손해질 수 있다. 겸손은 결국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다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며, 그럴 때에만 우리는 웃음을 보일 수 있다. 주역의 15번째 괘인 지산겸은 곤상간하, 즉 위에는 곤괘 ☷, 아래에는 간괘 ☶인 대성괘로, 산이 땅속에 들어앉아 있는 형상이다. 산이 땅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그 자체로 얼마나 겸손한 모습인가? 누구도,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할 수 없다. 불편함이나 좌절, 결핍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컨트롤하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며, 거기서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나는 사투리를 쓰면서 편하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지만, 뜬금없는 편견과 무시를 당할 때도 많다. 나는 경차를 타면서 반값 할인 등의 혜택과 편리함도 있지만 때론 어이없는 편견과 무시를 당할 때도 많다. 내가 사는 곳은 수서 SRT 역 바로 건너편 마을인데, 고속 열차인 SRT를 타려면 도보로 5분만 걸으면 된다. 부산, 광주 등 장거리 이동 시에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 살기 위해서는 SRT 역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늘어난 차량으로 인한 교통정체를 견뎌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막힌 인생의 법칙 아니겠는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공존 및 공평한 등가의 교환. 삶의 이러한 등가성을 애써 부정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신 승리를 위해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수용하면서도 긍정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 낫다. 차량 정체가 심하다면 출퇴근 시간에는 책을 읽으면서 가급적 전철을 이용하고, 한산한 시간에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겸손이라는 방법론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에 그걸 바꿀 수 없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우리는 편한 입지적 조건과 교통정체 가운데 하나를 가지는 게 아니라, 대개의 경우 둘 다를 동시에 갖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어느 것에다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것이다. 추한 것만 바라보고 살 것이냐,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며 살 것이냐, 우리가 택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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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09 / '나쁜 패는 없다'
래피의 사색 # 309 / '나쁜 패는 없다'
[아시아빅뉴스 김동효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_ 사주 명리 책 출간을 앞두고 가끔 지인들의 부탁으로 사주를 봐줍니다. 그럴 때 항상 보내주는 예시와 글귀가 바로 백범 김구 선생님의 운명 극복 사례입니다. 백범 일지를 읽다 보면 본인의 사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사주를 분석해보면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팔자를 고친... 즉 운명의 운(運, 운전하다)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직접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타고난 팔자가 안 좋아도 결국 내게 주어진 카드 8장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_ 나쁜 패는 없습니다. 다만 나쁜 플레이어만 있을 뿐입니다. 카드 게임의 고수들은 자신의 전략을 탓할 뿐, 자기에게 들어온 패를 탓하지는 않습니다. 고스톱을 칠 때도 때로는 껍데기만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피로 가득한 패도 잘 치기만 하면 쌍피를 긁어모으거나 바닥에 깔린 광, 청단, 초단 등을 붙여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뜻하지 않게 먼저 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뜻밖에'의 연속이니까요. _ 어떤 패를 가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칠 것인가가 핵심인 것처럼 인생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가졌느냐는 사실 별 의미 없습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모든 걸 골고루 다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카드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나쁜 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카드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떤 카드를 갖고 태어났느냐를 보여주는 것, 그게 바로 사주팔자 8장의 카드입니다. _ 삶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라고 판단해버리면, ''내가 뭘 해도 소용없다''라고 생각하게 되어 아무 노력을 하지 않게 됩니다. 사주는 부적을 쓰고 굿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그 틀안에서 습관, 패턴을 바꿔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팔자를 참고하여 '아하, 내 기질이 이렇구나'를 인지한 채 노력을 부단히 하는 게 현명합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면서 주저앉아 있으면 성공은 없고 실패만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좋은 카드를 갖고 태어났다고 들뜬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겠지만 성공도 없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좋은 카드만, 나쁜 카드만 갖고 태어나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모두가 길흉화복이 섞인 카드들이죠. _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인생은 반드시 바뀝니다. 사주팔자가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언을 해 줄 뿐이며 본인의 노력이 없이는 들어올 복도 안 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선택만 있지요.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는 것, 그게 인생입니다. 뭘 하든 저 혼자 잘나서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복을 받으려면 남에게 상처 주지 말고 좋은 말, 따뜻한 말로 베푸십시오. 말이 사람을 살립니다. 부디 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명(命, 목숨)은 '입 구(口)'와 '하여금 령(令)'이 합쳐진 말입니다. 명은 결국 입에 달렸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