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피의 사색 # 315 / '철학'

2020-02-18 20:31 입력

[김동효(DJ래피) 기자 nikufes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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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인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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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8 / '추석, 뜻은 알고 가자'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추석(秋夕), 다른 거 없다. 가을 저녁이라는 뜻이다.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족들끼리 형편에 맞게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오손도손 모여 즐겁고 좋은 이야기만 하시길.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또한 조상을 기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각자 돌아가신 분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차려놓고 알아서 하면 된다. 차례상 구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하는 건 문자 그대로 차 한 잔 놓고 지내도 되는 예식이라는 거다. 구한말 신분제도가 없어지면서 소위 양반들이 구별짓기를 하려고 만들어낸 말들이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것들이다. 고전 그 어느 책에도 저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집은 '조율이시'라고, 어떤 집은 '조율시이'라고 싸우는데, 배와 감을 어떤 순서로 놓는 게 조상을 기리는 데 있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그게 그럴 일인가 정말? 추석은 그저 밤에 달이 크게 뜨면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라 즐겁게 놀기 위해 만든 날이다. 이제는 추석 차례상에 대한 강박을 거둘 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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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7 / '간짜장'
래피의 사색 # 317 / '간짜장'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간짜장에 '간'이 붙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에 간짜장이다."라고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간짜장의 간은 건식 사우나, 건조 과일, 건포도, 건전지 등의 '건(乾)'과 같은 한자이며, '마르다'라는 뜻이다. '간'은 중국어 발음 [gān]과 비슷하며, 간짜장은 물 없이 볶기 때문에 일반 짜장과 차이가 난다. 중국음식 메뉴를 보면 이렇게 이름 붙은 게 더 있다. 깐풍기, 깐쇼새우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탕 종류와 달리 물기 없이 튀기거나 볶아 만드는 음식들인데, 머리글자인 '깐'이 바로 '건'이다. 술자리에서 잘 쓰는 말 "건배"에도 같은 한자가 들어 있다. 말 자체의 뜻은 '잔을 말리다', 곧 잔을 비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건(乾)'자는 '마르다'라는 뜻 외에도 '임금, 하늘, 아버지', 그리고 태극기와 주역에 나오는 "건곤감리"의 건괘(☰)의 '건' 이기도 하다. 乾에는 倝(햇빛 빛날 간)과 을(乙)이 들어있는데, 갑을병정의 을은 음양오행에서 을목, 즉 덩굴 같은 초목을 의미한다. 초목들 위로 해가 밝게 비추는 모습이다. 현재 큰 태풍이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어서 태풍이 지나가고 해가 밝게 비추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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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6 / '자포자기'
래피의 사색 # 316 / '자포자기'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자포자기의 '포'는 무슨 뜻일까? 1. 포기하다 2. 난폭하다 정답은 놀랍게도 2번이다. 자포자기의 포(暴)는 '사나울 폭/사나울 포'의 뜻인데 '폭력, 횡포, 포악' 등의 단어로 자주 만난다. 반면 포기의 포(抛)는 '던질 포'의 뜻으로 '포기, 포물선' 등에 쓰인다. 자포자기는 맹자에 나오는 말인데, 원문을 보자. 자포자불가여유언야(自暴者不可與有言也) 자기자불가여유위야(自棄者不可與有爲也) 언비예의위지자포야(言非禮義謂之自暴也) 오신불능거인유의위지자기야(吾身不能居仁由義謂之自棄也) “자신을 막 대하는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다. 자신의 존엄을 버리는 사람과는 함께 뭘 하고 싶지 않다. 예(禮)와 의(義)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을 막 대하는 사람이며, 어떻게 인의(仁義)를 실천할 수 있느냐고 자신의 존엄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을 버리는 사람이다.” 타인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려면 그전에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최소한의 폭력이고, 최소한의 횡포다.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폭력과 최소한의 횡포를 가하려는 마음, 그게 사랑이다. 사랑의 확장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 가까운 데서부터다. 제일 가까운 곳은 바로 나다. 나부터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포는 위험하다. 자기한테 폭력을 가하고 횡포를 부리는 마음, 그게 자포다. 자기에 대한 폭력과 횡포를 서슴지 않는 사람이라면, 남에게는 어떻겠는가? 우리 모두는 거의 0에 가까운 확률로 태어난 우주적 존재다. 그런 나를 막 대하고 포기하는 게 '자포자기'다. 누가 뭐래도 나는 사랑받아야 될 존재다. 나에 대한 사랑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한번 돌아보자.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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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315 / '철학'
래피의 사색 # 315 / '철학'
[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사진제공 = DJ래피] 철학, 철학, 철학. 대체 철학은 무엇인가? 무언가가 궁금할 때는 그 단어를 해부해보면 쉽다. 철은 '밝을 철, 哲'이다. '사리에 밝다, 어둡다'의 경계에는 '안다, 모른다'가 있다. 밝으려면 알아야 한다. 뭘 좀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남을 사랑하려면 남을 알아야 하고, 나를 사랑하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영어로 풀어봐도 비슷하다. Philosophy, '앎에 대한 사랑' 또는 '사랑하면 알게 된다' 또는 '알아야 사랑하게 된다'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나는 아무래도 '밝으려면 알아야 하고, 알아야 사랑하게 된다'라고 해석하고 싶다. 하여 철학이란 결국 '나를 아는 것' 또는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메이저리그 전설의 강타자였던 뉴욕 양키즈의 미키 맨틀(Mickle Mantle)은 이런 말을 남겼다. "It’s unbelievable how much you don’t know about the game you’ve been playing all your life (자신이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리는 놀랄 만큼 무지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습관의 동물이다.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시간의 사용과 분배에서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패턴, 그게 바로 습관이 되어 내 몸에 각인이 된다. 그 굳어버린 관성을 깨느냐 마느냐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을, 내 습관을, 내 패턴을 망각하지 않고 알아채는 것이다.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누구나 24시간을 부여받고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거나 또는 낭비하면서 살아간다. 나의 24시간 사용은 어떤지를 방학 때 생활계획표 그리듯이 둥근 원으로 한 번 그려보시라.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예전에는 몰랐다. 부끄럽게도 허투루 보낸 시간이 너무 많다. 늦게나마 정신 차리고 시간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투리 인간의 삶을 산다. TV도 그래서 없앴다. 1분, 1초의 자투리 시간도 버리지 않고 한 글자라도 더 봐야 뭔가 참회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활자 중독이 되고부터 지난날을, 많은 것을 성찰하며 돌아보게 되었다. 몽테뉴는 "모든 인간은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보고, 오직 나 자신과 관계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생각하고 다스리며 음미한다."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만드는 데 관여하고 있고 또 관여해왔다.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남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바로 나다. 다만 내 습관을, 내 패턴을 망각하고 살 뿐이다. 누구나 자기를 데리고 사는 게 가장 힘들다. 나를 유지하고, 나와 싸우고, 나를 견디면서 사는 게 참 쉽지 않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다.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