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래피의 사색 # 258 / '최고의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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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의 사색 # 258 / '최고의 래퍼'

기사입력 2017.10.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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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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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J래피]

워싱턴의 한 지하철 입구. 모자를 푹 눌러쓴 청년이 낡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연주 후 모인 돈은 불과 몇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지만, 내가 바로 "조슈아 벨이다"라는 꼬리표가 없는 한 그저 평범한 버스커일 따름이었다. 그날 그는 350만 달러에 이르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으로 45분 동안 연주했지만, 유심히 쳐다본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만일 그가 조슈아 벨이라는 것을 미리 알리고 공연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조슈아 벨의 연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값비싼 연주회장이나 매스컴의 찬사, 유명인사라는 꼬리표, 사람들의 환호가 없다면 그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요한 건 상징적 체계로서의 '이미지'. 그것이 바로 '브랜드'. 브랜드를 갖게 되는 순간, '아우라'도 형성된다. 후광은 그제야 반짝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고 나면 이제 사람들은 그를 신적으로 받들고, 그의 브랜드와 이미지에 돈과 시간을 기꺼이 지불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 흔한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다. 대표적인 예가 코카콜라와 펩시의 실험이다. 고객의 눈을 가린 후에 두 제품을 시음한 실험에서 제품 선호도는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7% 높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제품의 브랜드를 먼저 보여준 다음 시음한 결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코카콜라가 42% 높게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브랜드와 이미지만으로 기꺼이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랜드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이 똑같은 노래를 똑같이 불러도 반응은 다를 것이다. 브랜드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이 똑같은 랩을 똑같이 해도 반응은 다를 것이다.

 

강연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거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최고의 래퍼는 누군가요?" 내 답은 이렇다. "최고의 래퍼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 다만 브랜드를 가진 래퍼만 있을 뿐이다." 어떤 음악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남들과는 다른 아우라, 이미지, 브랜드를 가졌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브랜드와 아우라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찾아 끝없이 가시밭길을 가는 사람에게만 획득되는 것이다. 대량 복제, 표준화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만의 아우라, 즉 탁월한 '차별화'를 갖는 것이다.

 

# 요약.

 

대중이 소비하는 것은 '상징적 체계'. 사람들은 상품의 기능보다는 상품이 상징하는 평판, 권위, '기호'를 소비한다. 우리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선도자, 1등도 영원한 1등은 아니다. 주역이 말하는 법칙은 곧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 세불십년장, 아름다운 꽃도 10일이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고, 좋은 사람도 100일을 못 가며, 권세 역시 10년을 못 간다. 1등이 계속 1등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여 1등이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쫓겨야만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내려가는 일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1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Only One, '남들과는 다름'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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