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래피의 사색 #141 '고수 VS 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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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래피의 사색 #141 '고수 VS 하수'

#141 '고수 VS 하수'
기사입력 2017.01.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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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김동효(DJ래피)]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고수는 어느 분야에나,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고수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로 평가할 수 있다. 고수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지만 하수는 하고 싶어도 그 일을 할 수 없다. 고수는 자유롭고 거리낄 게 없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하수들은 뭔가 말이 많고 요란하다.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의 공통점은 여러 분야의 교차점을 넘나든 사람이란 것이다. 그들은 메디치효과의 달인들이다. 한 분야의 고수가 되려면 반드시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통섭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멘델의 유전법칙에서는 유사형질 간의 교배를 동종교배라 하고 이질적인 형질 간의 교배를 이종교배라고 하는데, 잡종 1세대에서는 우성형질만 나타나며, 이를 잡종강세라고 부른다. 래피가 인문학과 음악이란 두 이질적인 분야간의 교차점에서 발견한 잡종강세의 시너지와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고수는 개방적이지만 하수는 폐쇄적이다. 고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여러 방면의 책을 읽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다. 주제도 다양하며 터부 영역도 없다. 선입관이나 고정 관념도 별로 없어 같이 얘기하기 편하다. 하수는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만난다. 주제도 늘 거기서 거기다. 고정 관념이 강하고 똥고집이 있어 결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 사람과 있으면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 스피노자의 개념으로 보자면, 코나투스가 쭉쭉 감소하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항상 고비가 오는데, 하수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지만 고수는 이 고비를 밟고 일어선다. 인간의 삶과 화학반응은 모두 임계점이 존재한다. 임계점을 넘어서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왕년에 실험실에서 좀 놀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개시제와 촉매가 모두 필요한데, 온도도 높이고 때로는 압력도 높여야 한다. 어떤 실험이든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러다 일정 시점, 즉 임계점이 되면 화학반응이 시작되고 원하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대부분의 고수들은 목적을 갖고 일을 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서, 끌려서, 하고싶어서 일을 한다. 이승엽, 박찬호가 돈만을 위해 운동을 한 게 아니다. 박찬호가 돈 때문에 말년에 한화에서 뛰었던가? 그 자체를 좋아하고 과정 자체를 즐겼다. 고수는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한다. 최대 관심은 타율이 아니라 안타다. 하나씩 안타를 쳐 나간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면 고수가 될 수 없다. 모든 비극은 남과의 비교에서 싹튼다.
 
# 요약.
 
<장자>의 달생편에 목계(木鷄) 이야기가 나온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보면서도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열흘이 또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쩔어서 그냥 가 버립니다.” 나무로 만든 닭, 목계. 그것이 바로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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