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157 / '미친 놈, 미친 사람, 미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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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157 / '미친 놈, 미친 사람, 미친 분'

기사입력 2017.01.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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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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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효(DJ래피)]

 

지금이야 한두 살만 많아도 선배 대접을 깍듯이 하지만, 예전에는 아래위 열 살 이내로는 으레 벗으로 삼았다. 정말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라면 나이를 뛰어넘어 벗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벗을 망년지교(忘年之交)라고 하는데, 나이를 불문하고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부류는 딱 세가지다. 미친 놈, 미친 사람, 미친 분.

 

조선 시대의 명필 중에 최흥효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어느날 과거 시험장에서 답안을 쓰는데 우연히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체와 똑같아졌다고 한다. 평소에는 아무리 연습해도 쓰지 못했던 글자체였다. 그는 답안을 쓰다 말고 그 글자가 너무 아까워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고 그냥 품에 넣어왔다. 최흥효에게는 글씨가 곧 삶이다. 그는 그것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미친 사람이었다.

 

'이징'은 조선의 화가였다. 이징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림의 길을 걷는 것이 못마땅해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했다. 그는 어느날 다락에 올라가 홀로 그림을 그리다가 사흘 만에 내려왔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그를 회초리로 때렸다. 그런데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도 눈물을 찍어 저도 모르게 새를 그렸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아이에게 그림 공부를 허락했다. 이징에게는 그림이 곧 삶이다. 그는 그림으로 부터 에너지를 얻었고, 그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미친 사람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서얼이었다. 그는 그저 책만 읽었다. 과거를 보기 위한 책읽기도 아니고, 무엇이 되기 위한 책읽기도 아니었다. 그저 무작정 읽어댔다.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간서치, '책만 읽는 얼간이'라고 불러도 그는 기뻐했다. 그는 눈병을 났을 때도 실눈을 뜨고 책을 보았고, 냉방에서 책을 읽다 열손가락이 다 동상에 걸리기도 했지만 미친 사람처럼 책만 보았다. 정조는 이덕무를 아껴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등용했고, 그가 관직에 있는 15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하사품을 내렸다. 이덕무에 비하면 내가 하는 독서 따위는 독서도 아닌 것이다. 부끄럽다.

 

# 요약.

 

자기를 경영한다는 것의 근본은 자신의 힘의 원천을 잘 안다는 것이다. 자기 내면의 혈류를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야 한다. 미친 듯이 나를 쏟아붓는 사람, 무엇인가에 미친 듯이 빠져드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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