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158 / 'DJ와 공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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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158 / 'DJ와 공리주의'

기사입력 2017.02.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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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김동효(DJ래피)] 

DJ, Disc Jockey. Jockey는 원래 경마에서 말을 타는 기수나 말을 이끄는 마부를 뜻한다. 그러므로 DJ의 본질적인 의미는 곧, <음악으로 파티나 연회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80년대의 DJ는 주로 '리퀘스트'라 불리던 신청곡을 받아 그 노래를 단순히 틀어주기만 했던 수동적인 개념이었다면, 현대의 DJ개념은 조금 다르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선곡으로 대중을 움직이고 감동시켜야 하는 그런 능동적인 개념인 것이다. 능동적인 DJ가 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한마디로 결국 'DJ만의 철학'이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DJ도 인문학적 고민과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을 트는 행위는 DJ의 숙명이자 본질적 행위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특정 음악을 틀지 말아달라고, 또는 특정 음악을 틀어 달라고 요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한 사람만을 위하여 틀거나 또는 틀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야 하나. 이는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한번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내가 식당을 운영하는데 '김치찌개'란 메뉴를 주 메뉴로 취급하는 식당이라고 가정해보자. 나는 '김치찌개'란 메뉴가 가장 자신있고, 또 그걸로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고싶으나 한 손님이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한다면? 여기서 '라면'이란 기본적으로 어느 식당에나 구비되어 있는 보편자다. 그러므로 김치찌개에 라면을 넣어 끓여 주어도 되고, 아니면 그냥 라면을 끓여 주면 손님도 좋고 나도 좋다. 그걸로 자존심 상해 할 일은 아니다. 물론 여기 와서 '스테이크'를 찾는 건 그 손님이 넌센스인 거다. 그럴 거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야지. 요컨대, 크게 장르를 벗어나거나 무리한 음악적 요구가 아니라면 모두의 공리를 위해서는 적당히 섞어 틀어 주는 것이 나는 맞다고 본다.

 

아무리 DJ가 자기의 음악적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대중에게 기쁨을 주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자 본질이다. 그러지 못하고 겉돌거나 또는 본인만 신나서 좋아하는 선곡을 고집한다면 괜히 애먼 대중들을 욕하거나 수준 낮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틀고 혼자 노는 것이 맞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신체의 활동하는 힘이 증가하는 것을 의식하는 기쁨과 감소하는 것을 의식하는 슬픔'코나투스' 개념을 통해 이야기했다. 어찌 되었든 DJ가 대중에게 '슬픔'이라는 정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 요약.

 

벤담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것이 바로 쾌락을 으로, 고통을 으로 규정한 공리주의다. 그는 <도덕 및 입법의 모든 원리>에서 프리스틀리의 용어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언급해 이를 공리주의의 기본 명제로 천명했다. 나는 DJ야 말로 공리주의적 관점을 고민해야 하는 존재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기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의 사람들이 최대한의 기쁨을 느끼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존재, 그것이 DJ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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