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DJ 래피]
사람은 선한가, 악한가?
먼저, 맹자는 성선설을 펼쳤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되니,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측은지심),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수오지심), 겸손히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시비지심)." 이것이 이른바 ‘사단(四端)’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에 비추어 볼 때, 긍휼히 여기는 마음? 글쎄.. 부끄러워하는 마음? 글쎄.. 겸손히 사양? 글쎄..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 역시 글쎄올시다.
자, 이쯤에서 맹자의 성선설과는 반대 입장을 펼친 순자 형님을 모시고 와보자. 순자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위(爲)를 통해 본성을 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자는 인간이 만약 천성적으로 선하다면 예의, 법도, 형벌 등이 있을 필요가 없다며 인간은 “굶주리면 배불리 먹으려 하고 추우면 따뜻하게 입으려”는 본성과 욕망을 타고난다고 보았다. 채근담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오는 걸로 보아 참으로 인간의 본성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饑則附 飽則颺 燠則趨 寒則棄 人情通患也 (기즉부 포즉양 욱즉추 한즉기 인정통환야)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리나니, 이것이 바로 널리 퍼져있는 인정의 폐해다."
순자는 그래서 인간은 이득을 탐하고 타인을 미워하며 아름다운 소리나 색을 추구하는 기질이 있어 천성적으로 악하다는 것이다. 하여, "사람의 본성대로 따른다면 반드시 범절을 어기고 도리를 어지럽혀 포악한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자,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인간의 본성이 이토록 악하니 서로가 서로를 죽여 씨를 말려야 하는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성악설의 핵심은 “위(爲)”다. 이는 후천적인 교육과 인간의 의지를 가리키는데, 순자는 인간은 악하지만 "의도적인 노력으로 선(善)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도적인 노력"에 밑줄을 좀 긋자. 즉, 누구나 꾸준히 "위"를 일으켜 법도를 지키고 선을 실천하며 꾸준히 학문에 힘쓰면 악한 본성을 선하게 닦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맹자와 순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만 이렇듯 교육의 필요성은 동일하게 주장했다. 맹자는 내재된 선한 본성을 바깥으로 표출하고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순자는 욕망과 본성을 억제하고자 교육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분 더 모시겠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이미 폭력적이라고 주장했던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다. 그는 <휴머니즘과 폭력>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순진무구함(비폭력)과 폭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폭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우리는 실제로 많은 폭력을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어떤 세계를 파괴하며 살아가야 한다. 다만 그 폭력의 종류와 정도만 달리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먹는 데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말을 하며 살고 누군가는 그 말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 하여,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꼭 알아야 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 줄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들이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경계심과 이미 부지불식간에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살아야만 타인에게 상처 줄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 요약.
우리는 "나 자신은 순수하다"는 착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과 행동으로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한다. 개중에 좀 만만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폭력을 쏟아냄은 물론이다. 이렇게 폭력의 숙명성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우리는 "의도적으로" 가장 적은 폭력을 행하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위(爲), 즉 "의도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전문가인 '존 스튜어트 밀'도 <자유론>에서 깔끔하게 정리했지 않은가. "개인 상호 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남에게 해를 끼친다든가 남의 행복에 대한 정당한 고려를 하지 않는다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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