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208 / '선을 긋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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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208 / '선을 긋는 용기'

기사입력 2017.03.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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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A씨는 얼마 전에 다른 작곡가와 신곡을 녹음했는데 마음에 안 든다며 나한테 다시 작업할 수 있겠느냐고 전화로 문의를 했다. 그러니까 이미 다른 작곡가와 작업을 한 상태에서 나보고 거기에 손을 대 달라는 거다. 사실 이런 식의 작업은 썩 유쾌한 작업은 아니라서 안 하려고 했는데, 해달라고 거듭 부탁을 하길래 알았다고 했다. (통화내역 확인해보니 그 일 관련으로 정확히 14통의 전화가 왔고, 그걸 다 받고 응대해준 나도 잘못이 크다.) 그러면서 A씨는 나한테 작업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업계 표준 가격 수준으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니 B한테 맡기면 얼마 얼마에 할 수 있는데 뭔 소리냐"며 짜증을 내고 소리를 갑자기 지르더라. 이거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내가 아무리 요즘 미친 듯이 책을 읽고 자기 수양을 한다고 해도 나는 신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인간이 신처럼 되고자 한다면, 결국 얻는 것은 죄책감과 무력감뿐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완벽을 과하게 요구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 역시 한없이 부족한 인간이기에 A씨의 행동에 순간 속에서부터 화가 확 치밀어 오를 뻔하다가, 얼마 전에 내가 만든 <구나 구나 법칙>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무사히 넘겼다.

 

"저랑 작업을 하고 싶으시면 그 가격을 주시면 되고, 제 작업비랑 가격이 안 맞으면 저 말고 말씀하신 B랑 작업을 하시면 됩니다. 아주 간단한 문제예요. 저한테 화내고 짜증 내실 필요가 없어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암튼, 결론은 '구나 구나 법칙'이 짱이라는 거다. ('구나 구나 법칙'은 래피의 사색 # 205 참조.)

 

남녀관계에서든, 일에 있어서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거절하기'. '거절하기'는 더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용기'.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없게 애초에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다. 누군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참고 버티게 되면 상처받을 상황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최근 몇 년 간 '래피의 사색' 연재와 끈질긴 독서를 통해 수행에 수행을 거듭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모든 문제는 바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완전히 분리되어 살 수가 없다. 인간은 철저하게 사회적인 존재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에게 맞추려고 하면 분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은 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은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 역시 '단호한 선 긋기'에서 나온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의 접촉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요구와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혹사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일을 망칠 것 같을 때는 미안하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거절하면 실망하겠지, 내가 참는 게 모두를 위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기만 하면, 풀지 못한 감정은 분노가 되어 결국 폭발하고 만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참고 견디는 데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에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랑도 표현해야 알 수 있는 것처럼 거절의 마음도 표현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으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싫다고 말하지 않으면 '당연히' 좋아한다고 생각해 버린다. 결국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상대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셈이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켰을 때,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은 훨씬 커진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르면 다를수록 더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가 있다.

 

# 요약.

 

선을 긋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 돼라고 말하는 타이밍이다. 사람들은 단호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 너무 늦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절에는 원망이라는 이자가 붙는다. 문제는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들에게 뭐라고 대답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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