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래피의 사색 # 210 / '적당한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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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래피의 사색 # 210 / '적당한 결핍'

기사입력 2017.03.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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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빅뉴스 김동효 문화칼럼리스트]
래피 사진 1.jpg

[사진 = DJ 래피]

당신은 무엇이 없는가? 그리고 그것이 없어서 현재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하지만 그것이 있다고, 그것을 가졌다고 해서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법 또한 없다. 사실 불행해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갖는 것이다. 적당한 결핍은 우리에게 독보다는 득이 된다.

 

나는 욕심이 없다. 욕심을 버렸다. 욕심을 버리니 세상이 내게로 왔다. 살면서 항상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이긴다는 건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과 '' 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유도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건 낙법 아니던가? 지는 법과 잃는 법을 익힌다면 세상을 유유자적 살아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나는 본업인 음악 이외에 글을 쓰거나 강연을 다니는 등의 부업을 갖고 있는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던진다.

 

여러분은 꿈이 뭐예요?"

 

이렇게 물으면 꼭 몇 명은 시무룩해져서 "저는 특별히 뭐가 꿈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시무룩해질 필요 없다.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어도 된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수도 있다. 고민하지 마라.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이 만약 형편 때문에, 또는 실력 부족 등으로 그것을 못하게 되었거나 그 분야에서 성공을 못하게 되었을 때 찾아드는 엄청난 고통과 번뇌는 상상 이상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기반찬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고기반찬을 못 먹게 되면 반드시 화가 나고 슬퍼하고 실망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특별히 좋아하는 반찬이 없다면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 그러다가 미처 내가 모르고 있던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만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의 꿈을 이루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도 없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꿈을 이룬 사람들보다는, 먹고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꿈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갖게 된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이 그 일을 하는 건 특별한 소명의식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쨌든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꼭 꿈을 직업으로만 이뤄야 하는 걸까? 소위 <자기 계발서>라는 책의 저자들은 항상 말한다. "가슴 뛰는 일을 해라!" 그리고 그들은 가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치 실패자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세상 모두가 가슴 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걸까? 누구나 박찬호 같은 야구 선수가 되고, 송강호 같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걸까? 자신의 꿈을 직업으로 이룬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꿈을 직업으로 이루었다고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또는 일련의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자기를 망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가슴 두근거리는 꿈을 자기 직업으로 갖게 된 사람들의 불행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좋아하려는 노력 그 자체다.

 

# 요약.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나는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 잘하는 것을 오래 반복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꿈을 직업적인 성취로 이루지 못했다고, 꿈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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