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DJ 래피]
지나쳤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나 지나쳤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이 상황을 지켜보자니 주역의 첫 장 중천건(重天乾, ☰☰) 괘의 상효(上九爻)가 떠오른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亢龍 有悔"
항룡(亢龍)은 후회함(悔)이 있다(有)는 말이니, 때를 넘긴 교만하고 욕심 많은 늙은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물러나는 일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물러날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가? 항룡은 늙은 용이자 운(運)이 다한 용이다. 물러나지 않으면 후회함이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하여 각자가 지지하는 정치인도 다르고, 정치성향도 다른 게 정상이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범법행위가 아닌 한) 개인적 취향에서부터 정치적 사안까지 무제한으로 존중받아야 함이 옳다. 이런 정치인, 저런 정치인, 이 정당, 저 정당 등 각자가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전부 다르더라도 결론은 모두가 같을 거다. 정상적인 나라, 상식적인 나라,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보다 보다, 참다 참다 더는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조차도, 그 자식이 못된 짓을 하거나 범법을 저지르면 꾸짖고 벌을 주는 게 맞는 거다. 도대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어도 아직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신경을 끄고 지내거나 지지하는 정당이라며, 지지하는 대통령이라며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드는 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 요약.
살인자나 범법자에게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적용되지 않듯이 지금 이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단순 범법의 수준을 넘어 국기문란 범죄행위 아닌가? 정윤회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질타했던 대통령 그 자신이 정작 중요 연설문을 스스로 민간인에게 넘겨 수정 받고 심지어는 지시까지 받아왔다. 왓 더...아...현기증이 난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동서고금의 진리다.